요즘은 보고 싶은 영화를 스마트폰이나 OTT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비디오 가게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용돈을 아껴가며 비디오를 빌리고, 재미있게 본 영화는 며칠 뒤 다시 빌려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제가 유독 좋아했던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천사와 사랑을>이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다른 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영화 내용보다 먼저 그때의 설렘과 간질간질했던 감정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오랜만에 이 영화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비디오방에서 몇 번이나 빌려 봤던 영화
어릴 적에는 비디오 한 편을 고르는 일도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진열장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선택한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으면 괜히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천사와 사랑을>도 그런 영화였습니다.
한 번 보고 끝난 것이 아니라 몇 번이나 다시 빌려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화려한 액션이나 거대한 스케일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순수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천사라는 존재 자체가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인간 세상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이 어린 마음에도 특별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어서였을까 더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이 영화가 마치 동화처럼 느껴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숲 속 비행 장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영화에는 꼭 한 장면이 있습니다.
저에게 <천사와 사랑을>은 바로 마지막에 가까운 숲 속 장면입니다.
부러졌던 천사의 날개가 회복되고, 숲속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장면 말입니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의 감정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마치 동화책 속 한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푸른 숲과 햇살, 그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사의 모습은 당시 제게 꽤 큰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왜 그 장면을 잊지 못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영화 기술이 훨씬 발전한 지금의 영화들과 비교하면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주는 순수한 감동만큼은 여전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엠마뉴엘 베아르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Emmanuelle Béart(엠마뉴엘 베아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그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영화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천사 역할이어서인지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고,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영화와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말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속 천사는 대사를 하지 않고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더 신비로운 존재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허스키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어린 시절의 저에게는 꽤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전 때문에 더 오래 기억하게 된 것 같습니다.

추억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천사와 사랑을>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주 유명한 영화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영화 한 편쯤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 영화가 그런 작품입니다.
용돈을 모아 비디오를 빌려 보던 시절의 기억, 천사가 하늘로 날아오르던 장면의 감동, 그리고 엠마뉴엘 베아르의 신비로운 모습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설렘은 여전히 제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
그 추억을 떠올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