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퍼스트 라이드 리뷰(우정, 로드무비, 청춘)

by 다이백 2026. 4. 23.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단순한 코미디 여행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는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섯 명의 엉망진창 우정이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다시 뭉치는 이야기. 웃기면서도 어딘가 아프고, 아프면서도 결국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탔던 날의 감각

 

영화 제목인 '퍼스트 라이드(First Ride)'는 단순히 첫 번째 여행을 뜻하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순간의 떨림, 그 감각 자체를 담고 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어릴 적 처음 자전거 페달을 밟던 장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는 순간, 혼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이던 감각이 자꾸 떠오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고3 신분으로 태국 여행을 계획하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공감이 됐습니다. 졸업 전에 뭔가 특별한 걸 남기고 싶다는 마음, 저도 분명히 가졌던 감정이었으니까요. 특히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함께 간 적 없는 친구들이 처음으로 떠나려 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감정선을 꽉 쥐고 있는 핵심이었습니다.

 

로드무비(Road Movie)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상, 목적지보다 여정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여기서 로드무비란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관계와 내면이 변화하는 서사 구조를 가진 영화 장르를 뜻합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이 구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웃음과 감동의 밀도를 절묘하게 조율합니다. 제가 직접 봐보니, 장르의 공식을 따르되 그 안에 진짜 감정을 채워 넣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섯 명의 우정,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

 

 

영화에는 각자 개성이 강한 다섯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전국 1등을 찍고 여행 허락을 받아낸 태정, 눈을 뜨고 자는 금복,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는 연민, DJ를 꿈꾸는 도진, 그리고 태정만 바라보는 옥심. 이 다섯 명이 보여주는 케미스트리(Chemistry)는 계산된 웃음이 아니라 오래된 관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리듬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케미스트리란 배우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호흡과 상호작용을 뜻하는 영화계 용어입니다.

 

제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섯 명이 한 화면에 있어도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리지 않았거든요. 각자의 존재감이 뚜렷한데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는 균형,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도진이라는 캐릭터가 10년간 정신건강 문제로 입원을 반복했다는 설정은 영화에 묵직한 무게를 더했습니다.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었던 부분인데, 영화는 그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다룹니다.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인물을 단순한 '웃음 포인트'로 소비하지 않고, 그의 용기 있는 선택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점에서 연출의 섬세함이 느껴졌습니다.

 

국내 정신건강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우울·불안 경험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도진의 이야기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실제 감각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OST와 영상미, 장면의 온도를 만드는 방식

 

 

퍼스트 라이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OST와 영상의 조화였습니다. 태국 송크란 페스티벌 장면에서 흐르던 음악은 주인공들의 자유로운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장면에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는데, 영상이 먼저 감정을 건드리고 음악이 그 감정을 완성하는 구조가 섬세하게 설계돼 있었습니다.

영화의 시각적 연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색채 설계와 앙글(Angle) 선택이었습니다. 앙글이란 카메라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와 방향을 뜻하는 영화 촬영 용어입니다. 태국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포착된 인물들의 표정은 낮은 앙글에서 잡혔을 때 특히 생동감이 살았습니다. 단순히 예쁜 화면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이 화면 속에 녹아들도록 설계된 연출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퍼스트 라이드를 연출한 남대중 감독은 이전작 '30일'에서도 감정의 타이밍을 정확히 짚는 연출로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장기가 발휘된다고 봅니다. 특히 강하늘 배우와 2년 만에 다시 뭉친 조합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화면에서 읽힐 정도였습니다. 제 경험상 배우와 감독의 호흡이 잘 맞는 작품은 디테일이 달라집니다. 이 영화가 딱 그랬습니다.

퍼스트 라이드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5인 앙상블 케미스트리: 각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균형 잡힌 호흡
  • OST와 영상의 조화: 장면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음악 설계
  • 남대중 감독의 서사 구조: 웃음과 감동의 밀도를 조율하는 섬세한 연출
  • 로드무비 장르의 충실한 활용: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와 감정이 변화하는 서사

 

멈춰있는 것이 두려운 이들에게 건네는 영화

 

 

제가 요즘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앞으로의 일들이 겁났습니다. 무언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첫발을 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유독 크게 다가왔습니다. 도진이 아픈 몸을 이끌고 10년 전 약속을 꺼내드는 장면에서는, 화면을 보면서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습니다.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다음에 얼굴 한번 보자, 다음에 밥 한번 먹자. 근데 그다음이 언제인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무도 몰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다음에'의 허망함을 경험해 봤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 영화는 그 '다음에'를 지금으로 당기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작품입니다.

 

내러티브 심리학(Narrative Psychology)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 구조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러티브 심리학이란 인간이 경험을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의미를 찾는 심리적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청춘 영화가 유독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화면 위에서 발견하는 경험이 주는 치유의 감각이요. 실제로 문화예술 활동이 청년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특히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주저하는 분들, 혹은 오랜 친구와의 약속을 미뤄두고 있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습니다. 웃다가 문득 찡해지는 순간,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힘입니다.

 

결국 퍼스트 라이드는 여행 영화가 아닙니다. 10년을 묵혀둔 마음을 꺼내 드는 이야기입니다. 보고 나서 찐한 친구에게 연락 한 통 하고 싶어 진다면, 이 영화는 제 역할을 다 한 겁니다. 영화를 직접 보시고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J8lfKsyx5w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